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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by onthefullmoon 2026. 1. 10.

AI는 더 이상 실험실 속 기술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도로를 달리고, AI는 사람을 채용하고, 금융·의료·행정 영역에서도 이미 판단에 개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술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려 사고나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판단한 결과라면, 기존의 책임 개념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AI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현실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준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AI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AI는 책임 주체가 될 수 없는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AI 사고를 이야기할 때 무의식적으로 “AI가 잘못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법적·사회적 관점에서 AI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AI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의지를 가진 행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처벌도 책임도 직접적으로 물을 수 없다.

이 때문에 AI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반드시 인간이나 조직으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그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학습 데이터는 사람이 만들었고, 알고리즘은 사람이 설계했으며, 실제 사용 여부를 결정한 것도 사람이다. 이 중 어디에서 잘못이 발생했는지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법체계는 “행위자–결과–책임”이라는 명확한 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AI는 이 구조를 흐린다. 판단은 기계가 했지만, 설계와 사용은 사람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법체계에서는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만든 사람이나 사용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발자, 사용자, 기업 중 누가 책임을 지는가

AI 사고의 책임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쟁점은 세 가지다. 개발자 책임, 사용자 책임, 기업 책임이다. 사고의 성격에 따라 이 중 하나 혹은 복수가 문제 된다.

먼저 개발자 책임이다. AI 알고리즘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거나, 특정 상황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면 개발자나 개발사가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이 책임이 무겁게 논의된다.

다음은 사용자 책임이다. AI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오남용이 있었다면, 책임은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예를 들어 AI의 한계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위험한 상황에 사용했다면, “AI가 판단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기업 책임이다. 실제로는 이 영역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AI를 도입하고 운영하며, 그 결과로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할 책임은 조직에 있다는 관점이다. 특히 기업이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을 이유로 검증 과정을 줄였다면, 그 선택 자체가 책임의 근거가 된다.

결국 현실에서는 이 세 책임이 명확히 분리되기보다는, 사고의 성격에 따라 책임이 분산되거나 중첩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이 점이 AI 사고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설명할 수 없는 판단’이 만드는 새로운 책임 문제

AI 사고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AI 시스템은 복잡한 신경망 구조를 가지고 있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개발자조차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블랙박스 문제’다.

이 문제는 책임 논의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원인과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AI 판단은 그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판단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AI 시스템에 대해 설명 가능성과 감독 의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동하고 있다. AI가 판단에 개입한다면, 그 판단을 사람이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위험한 결정에는 반드시 인간의 개입 단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AI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을 묻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기술은 통제되지 않는다. 결국 사회는 AI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기술 발전 자체가 제동을 걸리게 된다.

 

 

AI가 사고를 냈을 때의 책임 문제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가 판단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을 만들고 선택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그래서 책임 역시 인간의 영역에 남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AI는 더 많은 판단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고 이후가 아니라, 도입 이전부터 고민되어야 한다. 책임 구조를 설계하지 않은 기술은, 결국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감당할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