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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미 사람을 뽑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채용 탈락의 기준

by onthefullmoon 2026. 1. 8.

요즘 채용 공고를 보면 “서류 전형 → AI 역량 검사 → 면접”이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AI 채용을 단순히 온라인 테스트나 자동화된 면접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이전 단계에서, 훨씬 조용하게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이력서를 제출하는 순간, 혹은 그 이전부터 AI는 이미 지원자를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탈락 메일 한 통만 남기고, 왜 떨어졌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AI가 어떻게 사람 몰래 채용 탈락자를 걸러내고 있는지, 실제로 사용되는 방식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AI는 이미 사람을 뽑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채용 탈락의 기준

 

이력서를 읽지 않고 점수부터 매긴다

 

많은 기업에서 이력서를 사람이 읽기 전에 AI가 먼저 본다. 정확히 말하면 읽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매긴다. 학력, 전공, 경력, 사용한 단어, 이직 빈도, 공백 기간까지 모두 데이터로 변환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용 자체보다 패턴이다. 과거 합격자들의 이력서와 얼마나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지가 주요 기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탈락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일정 점수 이하의 이력서는 아예 인사 담당자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다. 지원자는 형식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검토조차 되지 않은 채 걸러진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이번 채용과 적합하지 않았다”는 자동화된 문구뿐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과거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한다는 점이다. 기존 채용 과정에 편향이 있었다면, AI 역시 그 편향을 반복하게 된다. 그럼에도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이 압도적이다. 수백 명의 지원자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AI는 이미 채용의 첫 관문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지원자의 ‘행동 방식’을 평가한다

 

AI 채용 시스템은 이력서만 분석하지 않는다. 온라인 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동 데이터 역시 평가 대상이다.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 특정 문항에서 머문 시간, 테스트 도중 화면을 전환한 횟수 등은 모두 기록된다. 일부 AI 면접 시스템은 웹캠과 마이크를 통해 시선 이동, 표정 변화, 말의 속도와 간격까지 분석한다.

이 과정은 대부분 지원자에게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AI를 활용한 공정한 평가”라는 안내 문구는 있지만, 어떤 요소가 점수에 반영되는지는 알기 어렵다. 지원자는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고 생각하지만, AI는 답변의 내용보다 답변하는 태도나 리듬을 더 중요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빠른 답변은 성의 부족으로, 너무 긴 침묵은 자신감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기준은 공개되지 않으며, 기업마다 다르다. 결국 지원자는 무엇이 감점 요인이었는지 알 수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AI는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체계적으로 탈락자를 만들어낸다.

 

탈락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AI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결과는 있지만 설명은 없다는 점이다. 사람이 면접관일 경우에는 최소한 경험 부족이나 조직 적합성 같은 설명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개입된 채용에서는 탈락 사유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의 판단은 수많은 변수와 가중치가 결합된 결과다. 특정 한 가지 이유로 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은 구체적인 설명을 피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알 수 없고, 반복되는 탈락 앞에서 막막함만 커진다.

이 구조에서 가장 불리한 사람은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AI가 무엇을 보고, 어떤 흐름을 선호하는지 모르면 계속 같은 방식으로 평가받게 된다. 반대로 AI 채용을 전제로 준비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채용의 공정성 논란과는 별개로, 현실에서는 이미 AI가 만든 규칙에 적응한 사람이 살아남고 있다.

AI 채용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AI를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AI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람을 걸러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채용 탈락이 반드시 개인의 능력 부족만은 아닌 시대가 되었고, 우리는 그 변화를 인식하는 단계에 와 있다.